3 Dots
▪ 올림픽 개막식을 포함해 각종 랜드마크의 개관식들을 살펴보면 개관식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해당 공간과 도시가 품은 정체성과 비전을 압축해 보여주는 도심 속 선언과도 같다.
▪ 영국의 다빈치, 토머스 헤더윅의 지휘 아래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준비 중인 노들섬의 글로벌 예술섬 프로젝트는 시민을 위한 보다 인간적이고 공공성 중심의 문화예술 공간으로의 도약을 꿈꾸며 진행 중이다.
▪ 뉴욕의 리틀 아일랜드, 헬싱키의 오디 도서관, 브래드퍼드 RISE 등 세계 주요 도시의 다양한 개막식들은 시민을 연결하고 지역 주민의 참여를 불러올 뿐만 아니라 도시를 더욱 예술적으로, 더욱 인간적으로 탈바꿈하고자 한다.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식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유독 많다. 단순히 파리 올림픽이 가장 최근에 개막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랑이란 키워드로 프랑스 문화와 언어, 종교, 성적인 다양성을 전 세계에 알렸기 때문이다. 성소수자, 역사 속 지워진 여성들, 파리의 노동자들까지 모두 개막식의 주인공으로 호명하며 박애 정신을 선보였고 최초의 야외 개막식을 시도했음에도 약 88억 달러(약 12조 원)의 개최 비용을 들였다. 이는 2020 도쿄올림픽 대비 4분의 1 수준이다. 그 결과 친환경과 뚜렷한 메시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파리 올림픽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개막식은 일종의 선언이다. 그건 단순히 올림픽과 같은 메가 이벤트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도시의 랜드마크로 기능할 새 공간의 탄생을 기념하는 개관식도 포함된다. 개관식은 공간의 기획 의도를 응집해 앞으로 해당 공간이 어떻게 기능할지 그 청사진을 보여준다. 또한 공간이 눈앞에서 탄생하는 흥분감을 생생하게 경험하게 만드는 연출 전략이기도 하다. 때로는 서울 상암 문화비축기지가 그랬던 것처럼 역사적 상처가 스민 공간의 과거를 품고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제의적 행위이기도 하다.
“우리는 건축물을 만들고, 그 건축물은 다시 우리를 만든다(We shape our buildings, thereafter they shape us)” 교보문고에서 건축을 책으로 바꿔 쓰고 있는 이 유명한 문장은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이 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영국 의회 의사당을 다시 짓겠다고 약속하며 말한 연설의 일부다. 히틀러 또한 이런 건축의 효과를 잘 인지하고 있었던 듯하다. 그는 알베르트 슈페어(Albert Speer)라는 젊은 건축가를 등용해 그와 함께 각종 건축물을 계획하며 스스로를 신격화했다. 대표적인 예가 슈페어가 연출한 1933년 뉘른베르크 전당대회장의 무대 풍경이다. 어두운 저녁 무렵, 조명이 켜지지 않은 경기장에 수십만 명의 군중을 집합시켜 몇 시간을 방치시킨다. 모두가 공포에 질릴 즈음 무대 위에 한 줄기 조명이 비치면서 그 아래 히틀러가 극적으로 등장하고, 가운데 연단에 오르자 경기장 둘레에 설치된 130개의 서치라이트가 밤하늘에 분출하듯 강력한 빛을 쏘아댄다. 환각에 사로잡힌 군중은 일제히 손을 뻗으며 감격적으로 하이 히틀러를 외친다.
이 장면은 이른바 리히트톰(Lichtdom), 번역하면 빛의 성당 프로젝트였다. 비록 프로파간다의 예이긴 하지만 이 사례를 통해서만 봐도 공간에서 이뤄지는 세레모니가 단순한 하나의 이벤트에 그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그것이 공간의 첫 출발을 알리는 개관식이라면 일종의 선언이자 도시의 정체성과 시민 의식을 빚어낼 수 있는 하나의 응집체, 그 자체를 만들 수 있다.
서울에도 새로운 공간이 움틀 준비를 하고 있다. 바로 용산구 이촌동에 위치한 노들섬이다. 1917년 10월에 준공된 한강대교 아래 타원형으로 자리 잡은 인공섬의 면적은 15만㎡로 축구장 21배 크기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인기 하이틴 드라마 <엑스오, 키티(XO, Kitty)>에 등장하며 서울의 주요 관광지 중 하나로 부상 중이다. 원래 이곳은 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중지도로 불리며, 한강 중심에서 백사장과 스케이트장으로 시민에게 사랑받는 도심 속 수변 문화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6~70년대 한강 개발 계획 이후 몇 차례 대규모 개발 계획안이 무산되며 노들섬은 가깝지만 다가가기는 어려운, 잊혀진 섬이 되었다. 그러다 2012년, 한강에서 휴식과 만남의 공간으로 사람들을 연결하는 문화 공간으로 복원하기 위한 고민이 시작됐고 2019년 음악에 중점을 둔 복합문화기지, 노들섬으로 재탄생했다.
그러나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2024년 서울시는 이곳을 글로벌 예술섬으로 한층 더 도약시키고자 국내외 유명 건축가들로부터 공모를 진행한 바 있다. 한강을 유람하며 다채로운 문화 체험이 가능한 예술 보행교 등 5가지 주제별 기본 구상안을 건축가에게 전달한 뒤, 세계적인 건축가 7명으로부터 디자인을 받았다. 그중 영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 불리는 천재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의 <사운드 스케이프>가 국제지명설계공모에 선정돼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곧 개관식을 앞둔 노들섬은 어떻게 진정한 “노돌”로 진화해 시민들에게 다가가게 될까? 참고로 노돌은 백로가 놀던 돌이란 뜻이다. 이름의 유래에서 알 수 있듯 노들섬은 탄생부터 시민을 위한 여가, 휴식, 문화공간의 총합체였다.

뉴요커를 위한 야망의 착륙지: 리틀 아일랜드
리틀 아일랜드는 뉴욕의 최신 극장, 음악, 예술 그리고 야망의 착륙지이다.
– <워싱턴 포스트(The Washington Post)>
뉴욕 허드슨강에 위치한 리틀 아일랜드는 폐허가 된 54번 부두를 대신해 공연장·공원으로 사용될 55번 부두를 새로 조성한 프로젝트이다. 54번 부두는 타이타닉 참사 생존자들이 구조된 후 내렸던 유명한 부두로, 1980년대 프라이드 축제가 개최된 이후 여름 이벤트와 콘서트 시리즈의 장소로 사용됐다. 그러나 2011년 54번 부두 물속의 말뚝이 썩어가며 안전상의 문제로 폐쇄가 결정됐다. 뉴욕시, 허드슨강 공원 신탁 등 다양하게 얽힌 이해관계 탓에 재개발도 순탄치 않았다. 2012년 허드슨강 공원 신탁 고위진과 베리 딜러(Barry Diller),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Diane von Fürstenberg) 부부가 54번 부두 재생 프로젝트를 논의했다. 베리 딜러가 보다 건축적으로 야심에 찬 재개발 프로젝트를 해보자며 네 명의 건축가에게 비공식 공모를 진행한 끝에 헤더윅 스튜디오가 당선됐다. (앞서 노들섬 공모에 당선된 그 토마스 헤더윅의 스튜디오가 맞다.)
그 과정에서 여러 시민 단체로부터 프로젝트의 투명성과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2017년 9월 당시 뉴욕 주지사였던 앤듀로 쿠오모(Andrew Cuomo)의 중개 아래 합의를 맺어 리틀 아일랜드 프로젝트가 실현됐다. 2021년 5월 21일, 첫 문을 연 리틀 아일랜드의 개관식은 워싱턴 포스트의 평처럼 뉴욕의 최신 극장, 음악, 예술 그리고 야망의 착륙지가 됐다. 음악, 무용, 서커스, 낭독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과 교육 프로그램이 주 6일이 진행됐고 지역 예술가들의 깜짝 공연부터 뉴욕시 유명 예술 단체와 함께하는 특별 행사까지 다채로운 아래의 프로그램들이 선을 보였다.
- 브로드웨이 인스퍼레이셔널 보이스(Broadway Inspirational Voices)와 함께하는 콘서트
- *티나 랜도우(Tina Landau)와 그녀의 브로드웨이 친구들이 함께하는 프라이드 주말 축하 행사
(티나 랜도우는 미국의 극작가이자 연출가로, 대규모 뮤지컬과 앙상블 중심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대표작으로 <스폰지밥 스퀘어 팬츠: 브로드웨이 뮤지컬>, <헤드 오브 패스스>가 있다.) -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merican Ballet Theatre)의 뉴욕 시티 라이브 공연 복귀작
- 세계 음악 연구소가 큐레이팅한, 섬의 음악으로 가득한 주말 프로그램
특기할 점은 뉴욕의 문화예술 섬이란 정체성을 살려 개장과 함께 다양한 예술가를 위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발표했다는 점이다. 총 4명의 안무가, 연극 연출가, 음악 감독, 극단이 선정됐고 이들은 리틀 아일랜드 제작팀과 협력해 3년 간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는 방문객을 위한 다채로운 경험 창출 외에도 뉴욕시에 속한 하나의 공간이자 도시와 적극적으로 호흡하기 위함이다. 개관 프로그램에서부터 한 문화 공간이 도시와 어떻게 맞닿고자 하는지, 그리고 시민에게 예술적 체험을 선사하기 위해 공공성이 극대화된 공간으로 재의미화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참고로 레지던시에 선정된 예술가들은 아래와 같다.
- 아요델레 카셀(Ayodele Casel): 탭 댄서, 안무가
- 티나 랜도우(Tina Landa): 브로드웨이 뮤지컬 극작가∙연출가
- 마이클 맥엘로이 (Michael McElroy): 배우, 가수, 음악감독
- 피그펜 씨어터(PigPen Theatre Co.): 연기, 뮤지컬, 스토리텔링 그룹
또한 뉴욕시와 함께 상생한다는 정신을 그대로 녹여, 식음료 부문에서 뉴욕 중심부에 위치한 부티크 호스피탈리티 회사인 세이버리 호스피탈리티(Savory Hospitality)와 파트너십을 맺어 섬 내 플레이 그라운드에 넓은 좌석과 그늘을 갖춘 세 개 부스를 운영했다. 모든 연령대에 맞춰 엄선된 메뉴를 제공했고 이 수익은 뉴욕시 5개 자치구를 대표하는 소규모 지역 업체를 지원하는 데 사용됐다.
도시 중앙에, 시민의 서재: 오디 도서관 개관식
2018년 12월 4일, 독립기념일 전날 시행된 오디 도서관의 개관식은 핀란드의 문화, 자연 그리고 공동체 정신을 엿볼 수 있도록 기획됐다. 또한 문해력, 민주주의 더 나아가 오디의 기원을 보여주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오디(Oodi)는 핀란드어로 헌정을 의미한다. 이는 국가가 과거 독립을 위해 싸운 핀란드 국민에게 이 도서관을 “시민을 위한 서재”로 헌정한다는 의미로, 누구나 차별 없이 정보에 평등하게 접근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오디 도서관의 사서 하르 아닐라(Harri Annala)는 THE LIVERARY와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오디의 핵심 가치를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 “당신 있는 모습 그대로 오세요.” 개관식도 이를 드러내는 방향으로 기획됐다.
개관식 오프닝 때는 핀란드 대통령, 헬싱키 시장과 부시장, 도서관 관장이 연설에 참여했으며 두 개의 작품이 선보여졌다. 안무가 한나 브로더루스(Hanna Brotherus)의 <숲에 대한 찬가(Oodi metsälle)>와 아코디언 연주자 킴모 포흐요넨(Kimmo Pohjonen)이 작곡한 <오디를 위한 울트라 오르간(Ultra Organ for Oodi)>이다. 한나 브로더루스는 작품의 핵심 주제로 숲을 꼽으며 씨앗에서 어린나무로 성장, 나무가 종이와 책이 되기까지의 여정 그리고 독서와 창작의 행위가 주는 사람과 자연 사이의 상호작용을 담아냈다. <숲에 대한 찬가>는 도서관 밖 야외무대에서 도서관 3층까지 이어지며 자연과 인간의 순환을 통해 문명과 문해력의 탄생을 묘사한다. 참고로 이 공연에는 다양한 세대의 무용수 207인이 참여했다.
키모 포흐요넨의 <오디를 위한 울트라 오르간>은 전자 아코디언을 활용해 오르간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으로 오디 콘서트홀 야외무대에서 열렸다. 소년 소프라노와 실내 합창단이 함께했는데, 도서관 개관식이라는 컨셉에 맞춰 핀란디아 문학상 논픽션 및 소설 부문 수상작을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도날드 덕>과 <위니 더 푸 시리즈>를 탄생시킨 핀란드인 만화가 카리 코호넨(Kari Kohonen)도 방문했다. 이 외에도 도서전을 방불케 할 규모의 다양한 출판사가 참여한 책과 관련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브래드포드 RISE, 함부르크 엘프필하모니, 뉴욕 더 셰드
영국의 도시 브래드포드(Bradford)는 2025년 문화도시 선정을 기념하고자 RISE란 명칭의 화려한 개막식을 진행했다. 참고로 영국 문화 도시(UK City of Culture)에 선정된 도시는 해당 연도 동안 문화 중심의 재생 활동을 통해 다양한 문화 행사를 개최한다. 브래드포드는 영국에서 파키스탄계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다인종 지역으로 영국 내 다양성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이다. 도시 곳곳을 배경으로 올림픽 개막식에 비견될 화려한 퍼포먼스와 축제가 기획되었고, 연출가 커스티 하우스리(Kirsty Housley)의 지휘 아래 200명의 예술가가 참여했다. 공중 곡예, 대규모 지역 합창단,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볼거리가 준비되었으며 각종 디제잉과 음식 노점이 진행돼 브래드포드를 문화예술의 장이 벌어지는 마법의 도시로 탈바꿈했다. 약 만 명의 사람들이 개막식을 즐겼으며 브래드포드 2025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샤나즈 굴자르(Shanaz Gulzar)는 이 행사를 통해 이 도시가 놀랍도록 다양하고 대표적이며, 회복력과 강인함을 지녔으며, 마법 같고 불가능한 일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말했다.
독일 함부르크에 위치한 콘서트홀 엘프필하모니(Elbphilharmonie)는 개관을 기념하고자 건물 외벽에 프로젝션 맵핑과 라이브 오케스트라를 결합한 음악+빛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오케스트라가 시작됨과 동시에 음악을 실시간으로 건물에 그려내 외관을 시각적 소리의 덩어리로 구현했다. 이는 콘서트홀뿐만 아니라 일종의 항구 전체를 시각적 쇼로 물들였는데, 여기 더해 일반 시민 대상 티켓 추첨을 통해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공연·전시 아트센터 더 셰드(The Shed)는 개관 프로그램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 음악이 현대 문화와 예술에 미친 독보적인 영향력을 기념하는 5일간의 콘서트 시리즈를 진행했다. 영화 <노예 12년>으로 아카데미를 수상한 흑인 감독 스티브 맥퀸(Steve McQueen)이 기획과 연출을 맡고, 퀸시 존스(Quincy Jones)가 고문으로 참여하며 블루스, 재즈와 가스펠, R&B, 힙합, 트랩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적 가계도를 따라갔다. 여기에 더 셰드의 특장점이라 할 수 있는 이동형 건축 시연을 보였다. 가변형 외벽 구조가 실제로 이동하며 다양한 크기의 공연 공간으로 변환되는 과정을 선보여 더 셰드가 공연·전시로서 지닌 유연함과 창의성을 어필했다. 또한 지역 사회를 위한 공간임을 강조하고자 오프닝 프로그램 및 공연 다수를 무료 혹은 저가로 운영해 지역 주민을 향한 예술적 접근성을 높였다.


노들섬과 사운드스케이프: 보다 더 인간적으로
위 사례들은 다가올 노들섬의 개관식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유추하게 만든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에 국제지명설계공모로 선정된 토마스 헤더윅의 <사운드스케이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는 직역하면 소리풍경이다. 노들섬 위에 세운 다양한 높이의 기둥 위에 꽃잎 모양의 공중정원을 만드는 걸 건축의 골자로 한다. 이렇게 연결된 다양한 곡선은 한국의 산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상부에는 산책로를, 섬 외부에는 수상 예술 무대를 배치한다.
토마스 헤더윅은 건물은 그 안의 콘텐츠와 어우러져야 한다는 철학을 지니고 있는데, 사운드스케이프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디자인보다 공공성에 더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외형만 아름다운 조형물이 아닌 시민이 쉴 수 있는 공간, 음악이 흐르고 아이들이 뛰놀고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부연한다. 한강대교로 단절됐던 동서의 섬은 공중정원과 공중 보행로로 연결되며, 오르락내리락하는 공중 보행로를 통해 다양한 높이에서 한강의 색다른 풍경을 경험하게 된다. 외부의 수상 예술 무대는 휴식, 보행, 공연, 문화공간 등을 배치해 공간과 쉼터로 기능할 수 있게끔 했다. 그럼 작품의 이름은 왜 사운드스케이프인가? 그는 노들섬을 서울의 문화와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장소로 재창조하고자 각기 다른 높이의 드라마틱함을 핵심으로 삼았는데, 그중 자연의 소리와 라이브 음악에서 생성된 패턴에서 영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토마스 헤더윅은 현대 도시와 건축물의 가장 큰 문제는 따분함이라고 정의했다. 그가 존경하는 건축가가 안토니오 가우디(Antoni Gaudí)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 그는 너무 직선적이고, 너무 반짝이고, 너무 단조롭고, 너무 진지한 건축물이 현대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믿었다. 자신의 책 『더 인간적인 건축』에 이렇게 썼다. 따분한 풍경을 걷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는다는데 올해도, 내년에도 따분한 집에서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따분한 사무실, 따분한 공장, 따분한 창고, 따분한 병원, 따분한 학교에서 평생을 일해야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오늘날 건축에는 감정의 기능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건물을 보는 사람이 받는 느낌 그 자체라는 거다.
노들섬에도 똑같은 이야기를 적용해 볼 수 있다. 그는 더 많은 시민이 찾아오는 꽃처럼 열려있는 공간을 지향했다. 한강 한가운데 외떨어진 공간이 아닌, 시민이 쉬고 즐기고 휴식하고 자연과 다시금 연결되며 여유를 찾을 공간이 노들섬이길 희망하며 사운드스케이프를 디자인했다. 그렇다면 새롭게 재탄생할 노들섬 개관식의 키워드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효율성과 합리성이 우위를 점하는 서울이란 메가시티에 등장한 노돌은 보다 인간적인, 더 자연적인 정체성으로 기분 좋은 균열을 불러올 수 있다. 마치 리틀 아일랜드의 개관 프로그램이 뉴욕의 예술가와 상생하고자 했던 것처럼, 오디 도서관이 시민의 서재로 모두에게 헌정되고자 했던 것처럼, 브래드포드의 RISE 개막식이 지역민을 한 데로 통합하는 경험을 줬던 것처럼 말이다. 그럼 우리는 서론에서 설명한 개관식에 대해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한 랜드마크의 개관식은 단순히 도시를 규정하는 선언만이 아니다. 그것은 분열의 시대 속 시민의 연대 의식을 회복하고, 그 자체로 공공성을 사유하게 하고, 보다 우리가 더 인간적이기를 바라는 미래를 향한 제의적 행위이다. 노들섬은 과거 1930~50년대 수변 문화의 중심지로서 누린 과거의 영화를 넘어 시민의 삶 속에 녹아드는 하나의 랜드마크이자 한국의 미래 예술 생태계의 다변화를 이끌 도시의 상상력을 증폭시키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외관에서부터 개관식, 그리고 앞으로 채워나갈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예술가 그리고 시민의 상상력 그 무궁무진함을 탐험토록 할 것이다.